전시서문 판타지 소설, 달로 떠나는 여행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에 대한 서사는 참으로 많다. 호랑이의 공격을 피해 하늘로 도망쳐 해와 달이 되었다는 일월신화, 오빠 아폴로가 태양의 신, 여동생 아르테미스가 달의 신이 되어 만인에게 추앙을 받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달리,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의 전설이나 달이 어둠과 악의 화신으로 보름달 아래에서 제물을 받치는 유럽의 설화는 괴기하고 음산하다. 중동에선 깜깜한 어둠에서 다시 떠오른 초승달이 ‘부활’을 상징하고 우리나라에선 보름달이 풍요와 행운을 상징하기에 옛날부터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달은 그렇게 태초부터 밝음과 어둠, 선과 악, 길(吉)과 흉(凶)의 이분법의 양쪽을 아울러왔다. 남재현의 작품은 칠흑같은 배경과 화면의 대부분을 채운 커다란 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비행기와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캠핑카가 휘영청 밝은 달빛을 받으며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난다. 그 탈 것들 안엔 비숑, 푸들 같은 반려동물과 판다 같은 귀여운 존재들이 담겨있다. 달의 크기에 비해 이 존재들을 터무니없이 작게 묘사했지만 이 드라마틱한 대조가 작고 귀여운 동물들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커다란 달이 주인공이 아니라 달빛에 반사된 작은 존재들이 주인공인 아이러니. 달이 주는 에너지 덕택이다.화면 안에서 달과 주인공은 상호적인 역할을 한다. 달과 어둠 – 이 두 키워드는 동일 선상에서 얼마든지 그로테스크함과 공포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와 친근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달이 가진 긍정적이고 선한 측면을 이야기하자는 의도가 자명하다. 행복한 표정의 주인공들, 비비드한 컬러의 앤틱 자동차와 경비행기는 달빛으로 인해 캄캄함 속에서도 생기가 충만하다. 흑암은 오히려 그들의 컬러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좋은 장치가 되어준다. 그렇게 빛을 받은 존재들이 달을 향해 여행을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정화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며 어떤 신적인 존재가 도와주길 바랬던 것에 비해, 아예 달을 향해 날아가는 행동력은 뜻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표현이다. 그들의 여정을 환한 달이 밝혀준다. 어둠을 물리치는 빛은 가장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달로 떠나는 여행>은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와 노력을 판타지로 재해석한 동화이자 모두의 행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된다. 전시전경 영상 작업노트 _ 남재현동아시아의 미술 작품들은 오랜 역사를 통해 이상향을 중요하게 다루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한나라 시대부터 시작된 미술 작품들 중에는 이상향을 주제로 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산수화, 그중 관념 산수화는 자연의 이상적인 면모를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소상강 주변의 여덟 경치를 그린 소상팔경도 이상향을 탐구하는 예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이들 작품들은 현실의 불만족을 그림 속에서 표출하며 이상적인 삶을 향한 열망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우리는 항상 현실에서 느끼는 심리적 갈등을 극복하고자 자연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왔습니다. 이 공간은 종종 우리의 이상향이자 행복의 목표지점으로 여겨졌습니다. 나의 그림들은 이러한 과거의 철학적 이념을 탐구하며 현대적 맥락에서 적용하려는 시도의 일환입니다. 현재와 과거는 많은 점에서 달라졌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우리의 내면의 불만족을 해소하려는 욕구는 변하지 않습니다.과거부터 우리는 자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빌어보는 행동을 많이 해보았을 것입니다. 자연을 대표하는 것 중에 달도 포함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에는 사람들이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빕니다. 이런 달은 사람들의 희망과 소망이 들어가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향과 같은 곳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달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전해줄 수 있는 공간처럼 인식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상향과 같은 곳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달과 상징적 자연물을 통해 나만의 이상향을 표현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