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색에 담은 기억 |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윤진석 임이정 두 젊은 작가는 오티즘의 특성에 의해 자신만의 독특한 기억을 저장하고 소환하는 방법을 가지게 됐습니다. 윤진석 작가는 머물렀던 장소에 있던 시계를 통해, 임이정 작가는 이미지를 면과 부피로 환산하고 그 위에 색을 입혀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구상과 추상, 매우 상반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이 두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는 모두 밝고 긍정적이며 솔직합니다. 캔버스 위에 다양하게 펼쳐진 고명도 고채도의 컬러가 화면 전체에 생동감과 에너지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두 작가에 의해 창조된 조형과 시너지를 이루며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듭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원더랜드의 인물과 사물들의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묘사에 매료돼 듯, 보편적인 시각과 소통방법을 초월한 두 작가가 풀어낸 기억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와 호기심을 이끌어냅니다. 화면이 다채로울수록 그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지만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습니다. 화려한 색채와 조형이 미사여구같은 장식과 과장이 아닌, 그들이 살아가며 떠올린 그때 그 장소의 느낌, 생각 그 자체로써 풍부한 감정의 경험을 투명하게 가감없이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면을 쪼개고 대비가 강한 색을 함께 배열한 작업 방법은 자칫 시각적 피로를 줄 수 있으나, 이 시도가 의도된 게 아닌 감정 그대로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시각 언어로 표출한 그들의 내면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적극적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색면추상작가 _ 임이정
임이정 작가는 세상의 모든 색을 사랑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색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색면 추상 작가입니다. 일상의 모든 주제를 색면으로 표면화하고 회화로 소통합니다. 늘 색의 다면성에 대해 탐구하고 작가 특유의 공간감각 능력을 접목시켜 색을 입체화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다양한 색의 물감과 펜, 색종이, 클레이를 갖고 놀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자유롭게 평면과 입체가 뒤섞인 퍼포먼스를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스스로를 치유해왔습니다. 감히 대가들의 작품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마크 로스코의 색 추상과 바넷 뉴먼의 색 면, 파울 클레의 반구상 작품들이 작가의 오랜 관록과 예술의 경지에서 나온 것이라 하면 임이정 작가의 색면 작품은 색들과 사랑에 빠져 일상에 녹아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의 특징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형태가 아닌 무게와 부피, 넓이를 담아 색상과 명도, 채도를 달리하여 색을 선택하고 면을 나눕니다. 감정 흐름에 따라 색은 또 다르게 변화합니다. 색의 배합에 민감하며 물감의 물질성을 살리는 기법인 임파스토를 스스로 깨우쳐 사용합니다. 최근 작품들은 테이핑 방식을 사용하며 중앙에서 캔버스의 네 모서리 방향으로 겹쳐 진행하므로 모서리 부분에 색이 모이고 두터워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작가의 성향은 매우 이성적이며 수에 민감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하지만 작업을 할 때는 열정적이고 감성적이며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색을 대하는 작가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이정 작가는
2018년부터 4회 개인전과 7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JW Art Awards, 부산발달장애인 사생대회를 포함 여러 수상경력이 있으며 활발한 전시활동과 더불어 도서 출판물의 표지 콜라보레이션, 부산시의 공공 벽화디자인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품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 부산 금정구 장애인근로작업장, KT&G 복지재단, 그 외 다수
거실 풍경 #2 - 임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