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_ 엄윤선 스페이스엄 대표
종호 작가의 작업엔 동화를 연상시키는 많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중세의 성곽, 풍선과 놀이기구, 무지개, 우주선, 서커스 마차 등 마치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소재들을 화려한 원색으로 표현하고 그 안엔 토끼 곰 코끼리 같은 귀여운 동물부터 중세의 기사복장을 한 여러 인물과 용까지 많은 캐릭터를 담았다. 불꽃놀이와 별똥별, 둥실둥실 떠오르는 풍선을 보면 화려한 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원색 가득한 화면은 바로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들 덕에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분간이 어렵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용과 기사 VS 다른 캐릭터> 의 대결이다.
작가의 내면인 동심의 세계에서 용과 기사는 동심을 파괴하는 요소들을 상징하는 반면 다른 동물과 삐에로 병정은 동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작가의 페르소나이다. 서른이 훌쩍 넘어 성인이 되었으나 마음속엔 장난감이나 놀이동산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고 그것을 회상하며 즐거움에 빠진다. 그래서 작가는 동심이라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한 환경과 주위의 시선으로 인해 흔들리고 내몰리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동심이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뜻한다면 그 반대는 무엇일까. 영악하고 계산적이며 세속적이라고 말하자니 너무 편협하다. 동심의 저 반대편 너머엔 어른으로서의 성숙함 책임감 조심스러움도 존재한다. 말을 탄 기사를 보라. 작가의 설명이 없다면 단단히 무장을 한 모습이 동심을 파괴하려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라 영웅처럼 보이기도 하다. 반대로 귀여운 동물친구들과 피에로의 천진한 모습은 자칫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결국 작가가 묘사한 충돌은 선과 악의 대립 같은 흑백논리가 아니다. 이미 몸은 어른이 되어 어른답게 살아가야 하지만 어린 시절의 그 마음을 간직하고자 하는 소망, 그것이 어른답지 못하거나 철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 어른으로서 결국은 현실에 타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아우른다.
창으로 찌르고 대포를 발사하는 격렬한 싸움은 작가와 모두의 내면에 동심에 대한 동경이 클수록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내적갈등이 치열함을 암시하지만 그 싸움을 휘황찬란한 페스티벌로 재현함으로써 그런 고민을 갖고 있는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는 걸 보여준다. 동심을 지키려고 애를 쓸수록 작가의 내면엔 더 많은 불꽃놀이와 무지개 축제가 펼쳐질 것이다.
종호 프로필
개인전
2022.03 Dream Land _ 스페이스 엄, 서울
2020.05 예술집 X 종호 초대전 _ 예술집, 서울
2017.06 페르소나풍경 _ 루벤갤러리, 서울
단체전 (총31회)
2021.12 서울 홈테이블데코페어, 코엑스, 서울
2021.10 더 아트 서울 : 한 채,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
2021.04 DOUBLE AXIS 두 개의 축 _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2021.03 유니온아트페어 ON AIR, 온라인 전시
외 댜수
작품소장처
서울시, 에코케피탈 외 다수
우리는 함께해 - 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