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올 한 해의 작업은 내게 우선 순위가 되지 못한 채, 그저 간신히, 겨우, 힘겹게, 사활처럼 이어온 시간들이었다. 그 모든 비좁고 버거운 단어들이 고스란히 작업의 결이 되었고, 미술은 결과물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깊이 깨닫는 해이기도 했다.
다만 보는 이들에게는 시각이 먼저 닿을 텐데, 그 표면 너머에 있는 나의 ‘간신히’가 과연 읽힐까, 조심스러움 가운데 버텨낸 날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너는 내 것이다. 그러니, 짐도 내 것이다.” 하시는 한 음성 덕분에 다시 한 발 내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하나님을 고백하고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이 흐트러질지라도 그분의 원질서는 언제나 올곧고, 경이와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느낄수록 내 자신에 집중하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신 은혜가 전부임을 고백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다시 그렸다. 균열 속에서, 은혜가 허락한만큼.
내 오른손으로 담은 캔버스보다 하나님의 오른손이 인생을 선하게 그려주시길 더욱 위탁하며, 그 미세한 가능성과 숨틈으로 이어진 이 기록이 올 한 해의 묵상과 작업이었다.
작가프로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휴학중이며, 기독교 공모전 대상 수상을 포함해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작가는 성경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삶에서 분리될 수 없는 진리를 토대로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고 있다. 세상의 보이지 않는 질서와 내면의 흐름을 시각과 언어 구조로 번역하는 데 초점을 둔다.
누가 선악과를 사과라 했을까? - 박다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