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oom #5_딱 한평이면 족해 - 안나영

<My room>

어린시절 초여름 햇살이

내 뺨을 간질이어 코 끝에 잠이 대롱 대롱 매달릴 때면

책상 바닥에 가만히 귀를 대어 눕곤했다.

귓가에 시원한 바람 소리의 공명 그리고

환청인지 모를 다그닥 다그닥 소리가

아스라한 잠결 저 밑에서 울리면

내 책상 서랍속은

바람에 일렁이는 말이 내달리는 숲이 되기도 하고

내 머리맡 흐트러진 책장은

애정하는 사물들이 노니는 살아 있는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마티스의 Still life with sleeper을 오마쥬한 Day Dream(오수)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아지트, 나만의 공간이 있다.

특별히 공간이 주는 의미가 컸던 내게는

크지 않았던 나의 작은 방, 두평남짓의 실기실,

더 이상 화장하지 않은 화장대 같은 집안 버려진 짜투리 공간,

몇몇 작가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책상 하나의 공간,

그리고

두 번의 나의 온전한 작업실이 그러했다.

홀로 상상이 많았던 친구가 눈을 감고 노닐어도 심심하지 않을

세상을 피해 안온하게 쉬어갈수 있는 나만의 공간.

그 공간이 변해 가는 모습이 작가로서의 내가,

내 작업이 변해가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나의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노니는 내 세상을

내 그림 언어로 작업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와 매우 닮아있는 듯 하다,)

때론 옛 화가들과 선인들의 감각과 언어를 빌려

나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

My Room을 통해

즐거이 나의 현주소, 나의 공간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