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최(AIRA CHOI)
개인전 총9회
아트페어 및 단체전 100여회
소장
서울시 박물관과, 강릉문화재단 명주예술마당
작가 노트
<낙원으로의 여행>
여기 금빛 눈에 하트 모양 붉은 코를 가진 흰 표범들이 깊은 골짜기에 앉아 당신을 바라본다. 드넓은 고원에 만개한 꽃과 적도의 식물이 길게 뻗은 광활한 대지를 노니는 신성한 동물들, 이곳은 파라다이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난제에 대하여 예술가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끝없이 물음표를 던지며 시공간과 생(生)에 얽매임이 없는 그 어떤 곳, 바로 나의 낙원을 그린다.
화면에 등장하는 흰 표범들은 낙원을 지키는 유일한 맹수이자 사랑스러운 수호자이다. 그곳에는 흰 표범과 연인인 검은 표범, 호기심 많은 아기 판다와 거대하게 유영하는 플라밍고가 있다. 그리고 세상을 관찰하는 카멜레온, 무리 지어 춤을 추는 나비도 있다. 금빛으로 물든 나무, 커다란 열매가 달린 레몬트리는 모두의 놀이터이자 휴식처이다. 표범들은 오아시스에서 수영을 배우고, 꽃밭에서는 무당벌레를 바라보며 오후를 보내고, 바닷가에 누워 달콤한 시에스타를 즐기기도 한다.
그림에는 낙원의 여행자로 작은 여인이 등장한다. 그는 표범의 등을 타고 식물에 걸터앉아 대자연을 감상하거나, 낙원을 향한 걸음을 묵묵히 이어간다. 깎아지르는 바위산과 끝없는 사막, 깊은 강물과 초원, 바다를 건너 언젠가 닿을 낙토(樂土)를 향해. 여행자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나 자신이기도 하고, 각자의 파라다이스를 향하여 삶을 살아가는 관객이기도 하다.
나는 유화 물감을 나이프에 찍어 얇게 겹쳐 올리는 방법으로 화면을 완성한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한 겹, 또 한 겹을 쌓고 다시 마르기를 반복한다. 이 긴 여정이 마치 끝없는 길을 걷고 바위산을 올라 낙원에 도달하듯, 끝없는 몰입과 상상력의 세계로 나를 안내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파라다이스가 있다. 오늘도 나의 낙원에는 달빛 아래 사랑스러운 흰 표범들이 신비로운 동식물과 어울려 노닐고 있다. 이 황홀한 여정에 함께할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