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 정은혜

***
작품명 : Beloved
36 × 43 × 60 cm
ceramic
2020

*가격 문의 바랍니다.
* 갤러리와 작가가 직접 서명한 작품보증서 제공합니다.
* 작품사진을 클릭하시면 작품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 정은혜 작업에 대한 비평

 

존재, 그들의 가려진 목소리 _ 홍경한(미술평론가)

 

인류 역사에 있어 동물은 특별한 위치를 지닌다. 인간의 곁에는 언제나 동물이 있었고, 그런 동물의 곁에는 인간이 있었다. 그 둘의 관계는 때로 생물학적 차이를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대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역대 영화 중에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린 게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2008)이다. 경북 봉화 산골의 노인 부부와 그들이 키우는 나이 먹은 일소의 마지막 몇 년의 생활을 담은 이 영화는 우직한 동물과 그 동물을 믿고 의지하는 노부부의 삶을 동정과 연민 없이 보여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A Street Cat Named, Bob, 2016)은 버스킹 뮤지션이지만 실은 노숙자이자 마약 중독자인 주인공 제임스가 우연히 길고양이를 입양하면서 새로운 삶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고양이 밥(Bob)은 제임스에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이자 세상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였고 희망이었다. 밥은 제임스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으나, 각박한 세상에서 버림받은 제임스의 인생에 의미 있는 미래를 선물한다.    

이밖에도 거리에서 방황하며 살아가는 한 소년과 3톤이 넘는 고래 윌리의 우정을 담은 프리 윌리》(Free Willy, 1993)를 비롯해 안전 항로 개척을 위해 길을 떠난 기러기와 인간의 험난한 여정을 담은 아름다운 여행》(Spread Your Wings, 2019) , 사람과 동물이 나눈 우정이 기적을 일궈 행복으로 매듭지어지는 영화는 드물지 않다.

문학이나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멀리 보면 동물문학으로 분류되는 예가 그렇고, 가까이는 시부야 역에서 10년 동안 주인을 기다린 충견 하치의 실화를 옮긴 신도 가네토(Shindo Kaneto)하치이야기』(Hachiko: A Dog's Story)(1987)가 그렇다. 특히 사람의 내면을 넘어 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도 저버리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의 작품 등도 동일한 범주에 든다.

이들 작품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존재에 대한 이해와 신뢰, 사랑이다. 말 못 하는 상대일지라도 그 존재에 대한 사랑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종을 뛰어넘는 신뢰, 교감, 공존, 상생, 실천이야말로 영화, 사진, 미술 등의 다양한 예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대엔 이처럼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를 그늘이 더욱 지배적이라는 게 옳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통제를 상징하는 감옥형 전시장인 동물원이 성업 중이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실내 동물원만 전국적으로 100곳에 이른다.

체험을 이유로 돈을 받고 돌고래 등에 사람을 태워주는 수족관도 버젓이 영업 중이다. 이뿐 아니라, 인간을 위해 자유를 억압당한 채 먹거리로, 관상용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은 그렇지 않은 사례보다 훨씬 더 많다. 심지어 죽어서야 일정한 공간을 벗어날 수 있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수시로 접한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 희생되거나, 윤리적이지 못한 살생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배경에는 동물에 대한 미성숙한 인식과 경제논리에 치우친 몰지각한 의식이 놓여 있다. 누군가에겐 유희와 돈벌이가 중요할 뿐, 동물이 겪는 고통 따윈 안중에도 없다. 보신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잔인하게 죽이고 야만적으로 도살한다. 동물에 대한 정책 역시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개만 해도 그렇다. 어느 땐 가축이고 어느 경우엔 반려동물이며, 또 다른 관점에선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반려동물일 땐 동반자이지만, 가축일 땐 먹거리에 불과하며, 법적으론 물건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2. 도자 조각가 정은혜는 지난 10여 년간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사회적 상황에 문제의식을 지닌 예술가로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인간의 비윤리적, 폭력적 행위를 접한 후 비자발적 생을 마친 동물을 위로하기 위해 긴 시간을 매달려왔다.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7년 태국 여행 중 학대받는 코끼리를 우연히 접하면서였다.(모르긴 해도 작가는 무리 지어 생활하는 코끼리를 따로 떨어뜨린 후 폭행까지 가하는 인간의 탐욕, 그걸 관광 상품으로 내놓는 인간의 이기를 몸소 체험하며 분노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작가노트를 보면 동물에 대한 폭력의 경험은 여러 경로를 통해 또다시 재생되었던 듯싶다.

그는 올해 초 내가 본 한 영상에서는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 무자비한 폭행이 가해지고 있었다. 한 남자가 살아 있는 송아지를 내팽개치고 주먹으로 머리를 수없이 내려찍었다. 수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 소와 헤어져 도축비용도 아깝다는 이유로 아사를 당하거나 거세를 당한 후 육우로 길러지고 있었다.”

정은혜는 동물들의 사육환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당연히 좋을 리 없었다. 그건 파잔 의식이라는 것이었고, 어느 면에선 분명한 도태였다.(도태의 사전적 정의는 여럿 중에서 불필요하거나 부적당한 것을 줄여 없앤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기준은 경제논리이다. 조금이라도 이윤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가차 없이 버리거나 죽이는 도태는 오로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더구나 도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멀지 않은 곳에서 자행되는 일임을 우린 모르지 않는다.

작가가 목격한 도태는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추구 앞에 망령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다. 열등하거나 원하지 않는 개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양태, 생명에 대한 고찰과 반성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행태가 그 끈질긴 생명력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승태 작가의 노동 에세이 고기로 태어나서』(2018)에선 도태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농장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은 도태. 고기라는 상품으로 태어난 닭, 돼지, 개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즉시, 즉 사룟값 대비 판매가격이 낮다고 판단되면 도태된다. 하자가 생긴 물건을 처리하는 것일 뿐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비록 식용 동물일지라도 생애 주기만큼은 보장받는다던지, 조금 더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육된다던지 하는 것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승태가 언급한 식용 동물일지라도 생애 주기만큼은 보장받는 삶,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육되는 환경….’은 작가 정은혜가 도예조각을 통해 강조하고픈 메시지와 동일하다. 제 몸보다 작은 뜬 장에서 사육되거나 마취도 없이 단지 경제적 이윤 차원에서 행해지는 이빨 뽑기와 꼬리 자르기 등의 비윤리적 행태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는 작가가 육식을 반대한다는 얘기와는 다른 차원이다. 정은혜는 식용 고기 문화 자체를 미개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작품을 통해 우리네 일상에서 접하는 그 고기들이 어떻게 생산되어 식탁에 오르는지, 그 생산과정이 상당히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이며 생명을 경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할 따름이다. 물론 이를 확장하면,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존재에 대한 고민을 포함된다. 교감, 공존을 향한 변화의 필요성 그 생명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관한 조형적 지적이기도 하다.

이런 가치관 아래 탄생한 초기 작품이 <동물의 반란> 연작(2007~2009)<낙원으로 가는 길>(2011) 등이다. 당시 작품들을 콕 집어 말하자면 입장 바꾸기에 해당된다. 바꿔 생각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는 의도가 다분한 작품들이다. 실제로 작품들은 현실 속 상황과 반대로 표현된다. 인간이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주변화된 대신 동물(침팬지)이 그 인간들을 관찰하며, 사람의 모습을 한 동물(푸들)이 등장해 보란 듯이 뽑을 낸다. 동물 서커스의 한 장면처럼 코끼리가 인간 등에 올라탄 입체(서커스 유랑단) 작품도 있다.

동물과 인간의 처지를 전복시킨 형식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기를 거쳐, 2011년엔 인간과 동물은 평등해지는 작업들이 만들어진다. <Together> 시리즈(2011~2014)에서 열람 가능하듯 동물은 인간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우비를 입은 채 길을 걸으며, 빨간 고무장갑을 낀 모습으로 인간과 나란히 앉아 무언가를 한다. 더 이상 우열은 없다. 일상 속에서 공존하는 인간과 동물의 모습은 <Together_가족사진>(2013)을 거쳐 <Together(deep sleep)>(2013), <날아!> 시리즈(2014), <Together(LOVE)>(2014), <family picture>(2016), <Dream family> 시리즈(2017) 등으로 꾸준히 지속된다.

이 당시부턴 점차 동물이 인간의 모습으로 치환된 작품들도 늘어난다. 같은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작품 <낙원으로 가는 길>(2011)에서 조짐을 보인 이후 붉은색 비키니를 입은 개를 그린 <가끔씩은>(2013), 매우 달콤한 잠을 자는 듯한 개의 모습을 형상화한 <황홀한 밤입니다>(2013), 인간 못지않게 로맨틱한 개가 주인공인 <프러포즈 2>(2013) 등이 연이어 제작된다. 이외에도 동물이 사랑의 기호인 하트를 끌고 가는 <다짜고짜>(2015), 동물들이 정자에 모여 뭔가를 수군덕거리는 <이러쿵저러쿵사>(2015), 염소··돼지·소 등이 노 없는 배를 탄 채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설치작업 <등파고랑(騰波鼓浪)>(2014~2017) 등도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등파고랑> 시리즈는 3년간 공들인 작업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 촉매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조형적 흐름에선 초기 동물의 반란과 인간화된 동물의 양태가 고루 섞여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작업들을 집대성한 인상이 짙다.

이 작품은 공들인 만큼 대작에 속한다. 북을 치거나 나팔을 불고 기타와 키보드를 연주하는 동물들이 탄 배가 모두 60척에 이른다. 그런데 역할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동물은 배 뒤편에 앉자 즐거운 사랑을 속삭인다. 또 다른 동물은 횃불을 들거나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렇게 <등파고랑>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동물도 살아 있는 생명임을 말하고자 했다. 웃고 있는 표정 너머에 드리운 그들의 비극을 기억해야 하고, 존중되어야 할 대상임을 가리켰다.

 

3. 작가에 의해 이미 인간과 진배없는 영역으로까지 올라선 <등파고랑>에 이어 선보인 <Untitled> 시리즈(2018)는 미소 머금은 얼굴을 하고선 요가를 즐기는 돼지와 젖소 가 주인공이다. 작품에서나마 현실의 고통을 벗겨내기 위함이 작가의 의도인지, 아니면 심신을 수련해야 할 만큼 그들의 고통이 작가에게 전이된 결과를 애써 정화하기 위한 것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없으나, 이 당시의 동물들 역시 인간과 진배없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맥락의 동일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엔 <너는 늙어봤느냐> 연작이 발표된다. 동물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생명체라는 작가의 주장이 한층 강화된 시기로, 이 당시 작품에 대해 작가는 우리가 먹는 동물의 99% 이상이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며, 평균수명에 비해 매우 짧은 생을 살다 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누리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노년의 모습을 일종의 바람으로 담았다고 덧붙인다.

그래서인지 <너는 늙어봤느냐> 작품 속 동물들은 나이가 들면 생기는 주름살과 약해진 치아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늙은 염소는 눈이 침침한지 돋보기를 들고 있으며, 어떤 돼지들은 지팡이와 작은 수레를 앞세워 걷고 있다. 수탉이 자신의 자식인 수평아리를 업고 있는 장면도 그려진다, 세상을 관조하듯 앉아 있는 소의 형상도 그 중 하나이다. 동물들의 표정에서 인간의 얼굴을 발견한다면 과장일까 싶은 작업들이다.

이후의 작품은 프레임 속 세계에 집중된다. <Room> 연작(2019~2020)이다. 정확하진 않으나 다양한 프레임 내로 구속된 것들과 탈주하려는 것, 인간사와 동물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거나 인간이 곧 동물이고, 동물이 곧 인간일 수 있음을 비유한 듯한 작품들이다. 하나, 그게 무엇이든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장식적인 여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옛 작업들은 조형적 어눌함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음에도 메시지가 명료했다면 <Room>에 이르면 메시지는 약해진 대신 망막에 기여하는 측면이 부풀려진다.

다행이라면 <My dear>(2020) 시리즈를 통해 그 장식성이 이내 사그라진다는 점이다. 조형의 세련미도 눈에 띄게 달라진다. 특히 멧돼지, 고라니에게 상추(Shangchu), 토리(Torrey), 감자(Gamja) 등의 이름마저 특정된 여러 동물의 형상은 과거 대비 완전히 인간화 되었을 뿐더러, 예의 미소를 제외하면 훨씬 진지해진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개는 근작인 <Beloved>(2020) 시리즈에서 한층 단단해진다.

 

4. 송아지가 주연인 <Beloved>(2020) 시리즈는 앞서 기술한 작가의 경험을 밑동으로 한다. 하지만 이전 작업 대비 완성도가 높다. 굳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진한 여울이 있다. 그리고 그 여울은 일정한 공간 내에 자리한 송아지의 눈빛, 표정, 행위 등에 고루 투사되어 있다. 일례로 무릎을 꿇은 송아지는 이마 중앙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또 다른 송아지는 부모 잃은 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을 훔치는 중이다. 한편에선 두 손을 든 채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송아지가 있는가 하면, 두 눈을 가리거나 고개를 푹 숙인 송아지도 있다. 하나같이 자신에게 다가올 혹은 이미 다가온 어떤 충격으로 절망과 비탄에 찬 모습이다. 유무형의 폭력 앞에 희망은 상실되고 좌절한 행태가 역력하다.

<Beloved> 시리즈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폭력에 관해 나름의 미적 언어로 저항해온 작가의 평소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우회적이지만 노골적이고, 구체적이지만 마냥 그로테스크한 사실성에 기울어져 있지 않다. 작가의 내적 울림이 조형으로 전이되어 조화롭게 펼쳐지는 형국이다.

조형요소 면에서도 과거의 작품과는 결이 같지 않다. 일단 무채색으로 칠해진 색감은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이 안정감은 보는 이들의 설득력을 높인다. 또한 장식적인 요소가 배제되면서 사유의 틈이 발생했으며, 과하지 않게 적절한 묘사는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키워놓고 있다. 마치 불필요한 각주를 거세한 느낌이다. 때문에 동작 하나하나까지 착 감길 만큼 성숙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Beloved> 연작을 접하며 문득 송아지 앞에 놓인 현실이 과연 동물에 국한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스쳤다. 이전 작업인 <등파고랑>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창작되었다는 점, 명명되어 호명할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한 <My dear> 시리즈에서처럼 그동안 줄곧 인간이란 개념을 빼놓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단 동물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너는 늙어봤느냐>를 포함한 <Together> 시리즈도 해당된다. 작가는 한 번도 동물을 말하며 인간을 제외한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2020년 하반기 새롭게 선보이는 정은혜의 <Beloved> 연작은 인간 자체에 대한 시각일 수도 있다. 폭력 앞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소외받는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작업이라 해도 무방하다. 거기엔 작가 자신도, 필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사랑받고 사랑했어야 할 누군가로부터의 폭력에 자유롭지 못하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모습일 수도 있고,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유를 빼앗기며 소리 없이 아스러지는 모든 존재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Beloved> 시리즈는 작가의 10여 년을 정리하는 가치 유효한 결과이면서 나와 다른존재에 대한 사랑, 무채색이 밝은색으로 채워지길 기대하는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 이 작품 속에는 인간에게 부족한 모든 결핍이 진정한 사랑과 행복, 희망으로 대체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해도 그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Beloved>인지 모른다. 사랑하기 못지않게 사랑받는, 받을 권리도 소중하니 말이다. 동물도 인간도.■

재입고 알림 신청
휴대폰 번호
-
-
재입고 시 알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