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EYEON & LEE JIYEON

전시서문 <낮은 밤을 기다리고 밤은 낮은 준비한다>| 배민영 (예술 평론가)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보편적인 두 축이다. 각각은독립된 개념이기도 하지만 주체가 구체적으로 개입할수록 결부되고 연동된다. 스페이스엄과 갤러리 정향재가 공동 기획한 이번 이원화전시는 강남과 강북에 있는 두 전시 공간이 각자의 시간 속에두 작가가 어떻게 공간을 풀어나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 두 공간은 “스페이스엄이 낮이라면 정향재는 밤”이라고 한 박형진 작가의 말을 모티브로 한 구상이 이번 전시에서 그치지 않고 매년1회씩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스페이스 엄에서는대중성을, 정향재는 실험성을 보여준다는 점도 흥미롭고 고무적이다. 올해는 스페이스엄의 전시 리스트에서 김지연, 이지연 작가를 선정했으며, 내년은 정향재의 전시 리스트에서 작가를 선정해 공동의 주제를 다르게 풀어낼 예정이다. 김지연은 ‘자리’가 가지고 있는 추상성과 익명성을 부유하는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공간에 걸쳐있는 시간과 그것을 스쳐가는주체의 위치를 조망한다. 이지연은 장소와 공간에 걸쳐 있는시간성이 반드시 정합성을 띠는 것은 아니라는 점으로부터 시간과 공간의 확장과 그 안에서의 상상력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낮과 밤이 그렇듯 주체와 객체, 시간과 공간이 갖는 양면성과 상호보완적 관계의 매력을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고정관념에 어떤 균열을 내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고본다. 작가노트 | 김지연 프롤로그 앉은 자리 시리즈는 내가 앉았던 수없이 많은 의자 중 과연 자신이소유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자는 보이지 않고 확신할 수 없는 나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기댈 수있는 공간이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물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단상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의자'라는 오브제에 머물게 된다. 자신만의 것이라 여겼던 의자가 다른 이의 것이 되기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지는경험을 하게 된다. 항상 가까이 있었던 의자를 먼발치에 떨어져바라보게 된 순간 자신이 앉았던 의자가 놓인 모습은 생경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앉았던 의자가 낯선 장면으로 다가온 순간 자신이앉았던 의자들은 결국 나 자신의 존재를 표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앉은 자리 시리즈의 의자들은 빈자리로 묘사된다. 과거 사용했던 의자들 -도서관의자, 쇼파, 책상의자 -등은 나의 자리였던 의자들이자, 그 때의 나를 담고 있는 '나' 자신이기도 하였다. 화면의 가운데,구석에, 혹은 끝자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빈 의자는 지난날의표상이자 현재 자신을 반추하는 오브제이다. 아무도 없는 텅 빈의자는 시간이든, 추억이든, 회상이든, 무엇이든 간에 나에 대한이야기로 서술 된다. ◼ 의자는 화면에서 약간의 양감으로 그 존재를 미미하게나마 드러내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그 형태가 보이기도, 아무것도 없는 흰색의 화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의자의 모습은 나의 자리에 대한 개인적인 시선의 표현이다. 그 의자는주인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특정한 사람의 것일 수도, 단지잠시 쉬다 지나치는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의자는 자신만의 자리라 여겼던 의자가 다른 이의 자리가 되기도, 언젠가 그 자리에있을 것 같던 의자가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에서부터 시작된 '앉은의자'는 명명되어지지 않는 자신의 위치를 살피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표상하는 오브제였다. 이는 항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자리가어디인가를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비록 지금 그 자리는 내게없다 할지라도 각자에게 있는 '앉은 의자'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지연 평론 <면에서 선으로, 장소에서 공간으로>| 배민영 (예술 평론가) 이지연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 기억과 장소성 character of place을 재현하며 이를 통해 상상과 탐험을 어떤 공간 place과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여러 전시 공간 및레지던시에서 연구하고 보여준 활동이 흔히 말하는 ‘장소 특정성’을 내세우기 보다는 자신만의 ‘공간-기억-시간-장소-시간-상상-공간’이라는축을 왕복적으로 재현해 온 ‘이야기’로서 존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안에서 20여 년이라는 시간은 장소와 공간을 동시에 다뤄온 작가의내공을 입증한다. 이에 대해 이지연의 언어는 ‘탐험,’ ‘놀이’, ‘호기심’등 순수함에 기반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는 보다시각적 도구와 대상이라는 준거로써 이지연의 세계를 분석해보고자하여 이른바 ‘내감sensus interior’ 이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학자 진중권의 『감각의 역사』에 따르면 내감이란 ‘감각 이후의 인지과정에 관여하는 기관’을 이르는 말로, 고대 아리스토텔레스가‘개별 감관으로 들어온 상이한 감각 자료를 통합하는 능력’으로서‘공통감’을 언급한 이후 갈레노스의 ‘영혼의 능력’. 네메시우스의‘상상력·사고력·기억력’을 거쳐 중세에 이르러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정립된 개념이다. 이후 ‘내감 이론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이븐시나는 이를 다시 표상력fantasia, 보유적 상상력imaginatio, 감성적 상상력imaginativa, 지성적 상상력cogitativa,판단력aestemativa,기억력memorialis과 회상력reminiscibilis로 세분화했다. 이 중 감성적 상상력과 지성적상상력은 ‘생산적 상상력’으로 통칭한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근대학자들은 내감의 종류를 공통감, 상상력, 기억력으로 줄였으며, 심지어기억력과 공통감을 상상력 안에 통합해버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공통감은 ‘지각하는 나를 지각하는’ 메타지각으로, 이로 인해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개별 감각의 행동주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고해설하면서, 17세기 이후 근대철학은 대륙의 합리주의든, 영국의 경험주의든, 자기인식을 위해 자기내면을 들여다보는 ‘반성철학’의 형태로 전개되면서, ‘내감’이라 불리던 능력들에 관한 논의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말한다. 다만 ‘감각 너머 사유 아래’의 중간지대가‘유사이성’, ‘유사감각’ 등으로 규정되면서 18세기 이후 내감은 오직미적 현상으로 이해되었고, ‘미학’이라는 학문 영역으로 탄생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전부터 철학의 한 유형으로서 충실히 구전 혹은 기록되어온 미학적 논의들을 생각해볼 때이러한 감각론의 역사로서 뒤늦게 맞이했다는 미학 탄생설에는 반론의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이지연의 작업들을 설명함에 있어 이러한 내감 혹은 미학 개념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림 속에 그리다Draw in drawing> 이후 10여 년간 작가가 구현해오고 추구해 온 ‘선’과 ‘공간’에 대한 논평으로서, 누군가에게는 다소 애매하게 느껴왔을법한 부분이 보다 명쾌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담고 있다. 이지연의 주요 도구인 라인 테이프는 선line일까, 아니면 면side일까. 작업적 모티프로서는 선이다.그러나 우리가 지각하는 모든 선은 역설적으로 이미, 그리고 여전히 면이기도 하다. 그것은 ‘굵은선’ 뿐만 아니라 ‘얇은 선’이라 하더라도 원론적으로 선은 보이지 않는 점과 점 사이의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 아래에선 모두 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산적 상상력’을 ‘보유적 상상력’의표상으로 풀어내고자 한 역설 혹은 모순은 결과적으로 나이를 가리지 않고 ‘공통감’의 영역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작업 초창기부터 시도해온 이와 같은 ‘공간의 구축’은평면과 입체, 그리고 실제 물리적 공간을 넘나들면서 실재하지 않는, 논리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그러나 익명의 경험과 이야기들이 잠재된 특유의 영역을 생산해왔다.”(정소라, 2017), “기억과 상상은모두 보이는 장소 너머 보이지 않는 곳들을 떠올리며 가상의 공간을 돌아다니게 하는 동력이 된다.”(박수현, 2023), “평면 작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입체적인 형상, 이미지들을 품은것들이기도 해서 실제로도 다양한 부조, 오브제 조각, 공간 드로잉이나 설치 작업, 그리고 특정한장소-만들기와 같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을 그동안 종횡무진 넘나들며 펼쳐 왔던 것이 아닐까”(민병직, 2025)와 같은 평론도 이를 잘 뒷받침한다. 따라서 ‘점(0차원), 선(1차원), 면(2차원), 입체(3차원)’라는 차원의 도식으로 이지연의 기하학적 도구를 분석해보라고 한다면, 오히려 공간의 출발점을 ‘점’이 아닌 ‘면’으로 삼아 그것을 ‘선’(방향성)으로써 강조하는 한편 ‘입체’(실체 혹은 가상의구속과 확장)의 가능성을 ‘생산적 상상력’의 영역에 의탁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장소애’ 개념을 고안, 주창한 이-푸 투안이 『공간과 장소』를 통해 정의한 “공간에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는 이분법을 넘어선다. 즉, 장소가 공간에비해 항상 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대상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문두에 이지연의장소성을 ‘sense of place’가 아닌 ‘character of place’로 병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감정이나사적 서사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이 장소들은 언뜻 보기에 비장소non-place적 인상을 준다. (중략)특정한 삶이 정주(定住)하는 따뜻한 거처라기보다는 어디로든 향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익명적이고 중성적인 공간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략) 익명의 정적인 ‘비장소’였던 화면은 작가의 조형적 개입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능동적인 장소로 탈바꿈한다.”(이경미, 2025-2026)는 최근의 해석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이-푸 투안 역시 “공간은 객관적인 형태와 주관적인 형태 모두를 지닌다. 주관적인 공간은 정신적 영역으로,사물의 핵심과 경험의 내면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열악한 환경이나 탐구 본능,감각기관의 손상, 상실 등을 통해 다른 기관이 발전하면서 공간적 능력과 지식이 발휘되거나 확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마치 앞서 설명한 내감에 대한 논의가 상상력이라는 개념에 통합되고추상화된 것과 같은 편협함을 드러낸다. 즉, 장소는 체계적으로 조직된 세계인 반면 공간은 한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기껏해야 반복이 함축된 순환성 정도로 보는, 이러한 현대적 관점에 대해 이지연의 익명적이고 비정합적이며 2차원이 1차원과 3차원을 모두 품는 공간 감각은 오늘날의 미학에서‘근대적 메타지각’이 아닌 ‘메타 내러티브의 해체’ 또는 ‘상상의 자유’를 추동한다. 최근의 작업 노트에서 이지연은 “기억의 장소를 통한 것이나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는 장면이나 일정한 각도의 선이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후에 무의식적으로 표현된 조형요소들을 분석해보고 싶었다.”(심심한 시간을 걸어온 ‘선’과 ‘색’)라거나 “현재와 과거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들추는‘장소’들과 이전의 일상과 다른 것들을 통해 다른 나를 찾는 경험을 주는 새로운 장소로부터 그 안에서 새롭게 만나고 쌓이는 ‘시간’을 탐구하고자 한다.”(공간-기억-시간)고 적어두었다. 이는 그가소중히 여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인지 활동인 연상association이 가진 개념 간의 긴밀하고도 역설적인특수성과 보편성, 상호 포함 관계 등을 말해준다. 우리의 기억은 완전히 공통될 수 없기에 각자의공간은 서로 다른 장소가 되겠지만, 다시 그 안에서의 유사성에 의해 연상은 ‘시공의 확장’이라는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지연이 재현, 소생하는 감성은 그것이 더 굵은 선이 되고 면이될수록 오히려 보이지 않는 선과 공통감으로부터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공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성중심주의의 역사가 면과 장소로 가리려 했던 선과 공간은 이미 충분히 감각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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