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그늘> 전시서문 |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아이보리얀 신경아 작가는 화가, 작가, 중학교 미술교사라는 세 개의 직업을 모두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문화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친구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은 작가에게 대한민국 정부 근정포장(2023), 제12회 대한민국 스승상(2023) 등 여러 공신력있는 수상의 영예를 안겨줬고,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세 권의 책은 우수추천도서가 됐으며, 화가로서의 이력도 탄탄하게 쌓아올려 해마다 꾸준히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에 초대되고 있습니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작품들, 실제로 만나보면 알게 될 소녀처럼 여리여리한 작가의 내면에 반전과 같은 추진력과 기획력이 내재해 있던 것입니다. 이것을 ‘열정熱情’이라고 한다면 아이보리얀의 작품은 熱보다 情이 지배적으로 보입니다. 작가노트에서 보여주듯 출퇴근 길에 발견한 식물과 곤충, 반려고양이와 일상에서 만나는 강아지들이 아이보리얀의 작업의 주요 소재가 됩니다. 작가는 그들을 묘사하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여 만지고 관찰한 후에 한지에 겹겹이 색을 올려 옮겨 담습니다. 한지가 물감에 스며들기 때문에 원하는 발색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반복적으로 덧칠을 해야하는 이 작업 방법은 매우 예민하고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대신 고강도의 시간과 노동력의 결과로 투명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한지 특유의 포근한 화면 질감을 연출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시와 같은 감수성과 서정성의 재현으로 이어졌습니다. 식물과 곤충, 동물이 어우러진 화면 구성은 한국화의 화조도나 화충도의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작품은 직관적이기보다 시와 같은 함축성을 가집니다. “장면을 그림으로 옮길 때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덜어낸다. 꽃의 형태보다 꽃 사이에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를 그리려고 한다.”는 작가노트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사실 전통화와 아이보리얀의 작품이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묘사한 동기는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쉽게 지나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넘어 그들을 자신의 예술세계에 끌어들임으로써, 그 생명체들을 바라보며 얻는 즐거움과, 자신도 살아있어서 그들과 함께 이 시간, 이 계절 속에 있음에 대한 감동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작품은 ‘情’ 적이나 이 모든 이야기를 작업을 이끌어낸 에너지는 결국 ‘熱”입니다. 작가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청량함을 주는 “여름의 그늘”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