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UHEE

<마음이 자라는 순간> 전시 서문 |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금빛 햇살이 우거진 나뭇잎 사이를 투영하거나 산들 바람이나뭇가지를 가볍게 살랑이는 순간은 꽤 낭만적이면서 마음을 일렁이게 할 때가 있습니다. 곧이어 뭔가 기억이 떠오르는데 아득하고 아련하면서도 좋은 기억일 확률이 높습니다. 작게는 단순한 기억의 소환에서 그치지만 더러 기쁨, 즐거움, 그리움혹은 아쉬움과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합니다. 자연과빛, 공기가 어우러지며 일어나는 화학반응입니다. 이주희 작가의 작업은 바로 이 화학 반응으로 부터 비롯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나무의 실루엣과 빛의 흔적을 보며 그녀의 작업을 자연을 재현한 풍경화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들은 사실 작가가 목격한 대상이 아닌, 소환된 기억과 그 기억을 관통하는감정을 재구성한 심리적 풍경이자 메타포입니다. 작가노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억'은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매순간마다 유동적으로 다르게 생성됩니다. 어떤 기억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어떤 기억은 현재의 경험과 오버랩되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되살아납니다. 작가는 그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중첩된 실루엣으로 묘사합니다. 깊이와 정도에 따라 선명한 외곽선으로, 혹은 흐릿하고 사라지는 형상으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붓질과 이미지의 축적은 단순한 조형 행위를 넘어 기억을 되새기고 감정을 정리하는 수행의 과정이고 완성된 화면은 작가 자신의 시간을 담은 기록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주희의 회화가 관객들에게 “훔쳐보는 일기장”이되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화면 전체를 뒤덮은 나뭇잎의 군집과 그 사이를 파고드는 빛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가까이에서는 무수한 점과 붓질의 집합으로 보이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는 순간 숲의 공기와 바람, 햇살의 흔들림이 살아납니다. 기억을 소환하는 화학 반응은 분위기,그리고 시각 촉각 청각과 같은 감각에서 비롯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작가가 색채와 형태에서 직접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메타포로 자연을 재해석하면서 궁극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경험으로 이어지게합니다. 작가와 관객 사이에서 보편적인 공감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마음이 자라는 순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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