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to Scene : 미장센의 재구성 |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신창용 작가는 홍대 출신 작가들 특히 40~50대 작가 그룹에서 인맥의 핵심이자 영화와 게임, 콜렉터블 운동화의 수집 등 일부 대중문화에 ‘덕질’을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런 매니아적 취향은 오랫동안 신창용의 작품 세계의 모티브가 되어, 그의 20대와 30대 때 작품에는 이소룡과 선글라스를 낀 작가 자신이 함께 화면에 등장했고, 40대엔 마블, DC의 히어로들과 인디애나 존스나 백투더퓨처 등 아이코닉한 헐리웃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라면을 먹는 RNB 시리즈로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마초적이었던 작품 스타일이 많이 변화하여, 과거 작품들이 거친 브러시 스트로크와 원초적인 색감을 보여준데 반해 RNB 연작은 디지털 인쇄로 보일만큼 비비드하고 매끈한 화면 질감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전시 역시 작가에게 영감을 준 것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스토리와 영상미가 합이일체가 되어야 베스트이지만 더러 스크린에 전개된 시각적 요소들 - 미장센만으로도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완성도 높은 미장센을 위해 감독과 미술, 의상, 소품, 촬영, 조명, 최근엔 시각효과까지 여러 부서가 혼을 갈아 넣습니다. 필름 시대의 영화는 1초에 24컷이 담겨있고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엔 1초에 700MB에서 4GB의 용량이 담겨있지만 그 어느 쪽도 찰나에 지나가는 한 컷을 관객이 꼼꼼히 살피고 교감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신창용 작가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정지된 프레임으로 포착한 뒤 그 화면을 다시 캔버스 화면 위로 옮겨 중첩된 붓질과 색채를 통해 관객이 직접 감각할 수 있게 만듭니다. 작가가 “영화적 허구가 회화적 사실로 전이된다”고 말한 게 바로 이것입니다. 작가는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사진처럼 화면에 옮기는 시각적 복제가 아닌 스크린 속 이미지에 물성과 감정을 부여해 재구성합니다. RNB에서 사라졌던 붓 스트로크는 화면에 섬세하고 입체적인 질감을 부여하고 작가가 재해석한 색채는 영화적 미장센을 회화적 미학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영화 속에서 한 컷에 불과한 화면이 작가의 감정을 담아낸 ‘살아있는 풍경’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씬투씬(Scene to Scene)’>展은 영화의 한 씬이 풍경화로 전환되는 서사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작가가 관객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남아 있는 붓의 흔적을 따라가며 작가가 작업한 시간과 공간을 사유하는 것이겠지요. 관객이 작품에 담긴 예술적 고민과 호흡을 공감하고 다시 자신의 감수성으로 재현하는 예술적 성찰이 이 전시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