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엔 좋은 물건이 참 많다. 사람들도 모두 넉넉해져서 쇼핑도 잘하고 좋다고 하는 물건은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선물을 할 일이 생기면 참 아이디어가 안떠오른다. 저마다 없는 게 없으니 줘봐야 별로 도움도 안되고 희소성이나 가치를 따져 명품 브랜드를 선물하자니 값이 너무 비싸다. 1997년 겨울. 집에 놀러온 후배가 판화 작품을 선물로 건냈다. 중견화가 백순실 작가의 10x12 cm 사이즈 석판화 작품을 매트로 크게 둘러 5 - 6호 사이즈로 만든 액자였다. 그때는 갤러리와는 무관한 일을 했고 그림 예술 이런 장르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작품을 선물받았다는게 너무나 좋았다. 디지털프린트 개념도 없어 가족 사진이나 좋은 달력 그림을 오려서 만든 액자 정도나 있지 진짜 잘사는 집이 아니고서야 오리지널 작품을 갖고 있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뭔가 엄청 귀하고 좋은 것을 받은 기분이었다. 당시 25살이던 후배는 어디서 그런 센스가 나왔는지. 1호도 안되는 작은 작품 하나가 나의 거실을 '있어보이게' 만들었고 왠지 나를 그림을 소장한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그 액자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따라 한국-홍콩-미국까지 함께 하고 있고 후배와 연락이 끊긴지 오래여도 작품을 볼때마다 후배가 생각이 나니 참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 방배사이길 스페이스엄 시절, 기획전을 하는 공간 옆에 작가들이 만든 생활자기, 오브제, 주얼리, 그리고 1,2호 크기의 소품그림을 판매하는 아트숍이 있었다. 손님의 반은 자신이 아닌 선물을 하기 위해서 그들을 구매했다. 손주에게 선물한다고 예쁜 소품 그림을 사가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절대 흔하지 않고 독특하며 '상품'이 아닌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받는 분들도 특별하게 여기니 신경을 써서 해야할 선물로 예술작품은 제격이었다. SPACE UM이 그림과 사진 작품의 가격과 크기를 규격화한 가장 큰 목적은 '누구나 쉽게 작품을 구매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작품의 크기마다 가격을 균일화해 콜렉터가 자신의 취향만 고려해 작품을 선택하게 했고 13x18 cm(5x7 inch)의 작은 크기도 제작해 큰 작품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규격화한 작품은 기성품 사진액자에 딱 맞아 프레임 주문에 대한 부담도 없다 (참조 -> "왜 SPACE UM은 작품크기를 사진사이즈에 맞췄을까? (클릭)") 백순실_대지의 노래_ 10x12cm_석판화_1996_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