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1 박형진 작업 노트비터스윗 BitterSweet최근 내 작업의 화두는 두 감정이 상반되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비터스윗 Bittersweet'이라는 개념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 서로 대조되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비터스윗'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을 ‘낮풍경’과 ‘밤풍경’ 등으로 이미지화하여 페인팅 작업으로 풀어놓는 중이다.*tmi : Bittersweet은 컬러의 이름이기도한데, 내 그림 속 아이가 자주 입는 옷의 컬러인 산호색 코랄레드(hex #fe6f5e)와 흡사하다.오랫동안 내 작업에 등장하는 작은 인물과 동물, 커다란 식물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 혹은 진화하는 중이다. 그 중 작은 사람의 모습을 한 '아이'는 2021년을 기점으로 '타이니키드 Tinykid'로 재탄생하였다. ‘타이니키드’는 ‘아이’보다 좀 더 적극적이며 나름의 세계관 (TU : Tinykid Universe)을 갖고 있다. 부상당한 '파랑새'를 구조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 같은 현실 생활의 직접적인 경험들은 그림 속에 존재하는 '타이니키드'가 활동하는데 중요한 컨텐츠가 되어 작품 속 이미지로 형상화 된다. 타이니키드에게 안겨 있거나 머리 위에 머물고 있는 '새'를 그린 '새랑 With the bird' 시리즈가 그렇다.타이니키드가 만드는 ‘토피어리 정원‘은 동물이나 부정형의 덩어리 모양이다. 초록 계열의 물감으로 기본 덩어리들을 만들고 나면 토피어리 정원사인 '타이니키드'가 차근차근 형태를 만들어간다. 이 작업은 현실의 '나'와 그림 속 상상의 인물 '타이니키드'와의 '협업'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방식들은 나의 오랜 작업 컨셉인 '상상다반사 想像茶飯事'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일상다반사 日常茶飯事를 재조합하여 만든 단어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는 의미의 상상想像이라는 단어와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등 일상의 흔한 일을 말할 때 쓰이는 다반사茶飯事를 결합시켜 만든 말이다. 박형진_토피어리 가든_2024_acrylic on canvas_90.1x116.7cm <나의 어린 곰돌이들에게 To my little bears>많은 사람들 기억 속의 '곰'은 어릴 적 갖고 놀던 '곰 인형'과 그림책, 만화영화에 등장하던 '곰돌이'캐릭터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곰'테디 베어(TEDDY BEAR), 이케아'의 조그만 애착인형 '파블레르 비에른 (FABLER BJORN), '미니'가 미키'를 위해 선물했다는 '더피 베어(DUFFY BEAR)'등 귀엽고 친근한 곰들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야생의 실제 '곰'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뾰족한 발톱으로 뭐든 찢어버릴 수 있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인 걸 인식하게 된다. 게다가 환경의 변화로 위기에 처한 '북극곰’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육곰' 등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곰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알게 된다. (물론, '판다'와 같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곰들도 있다.) 이렇듯 인간은 세상 물정을 알게 되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곰돌이랑' 연작은 곰이라는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곰과 함께한 추억이나 곰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곰들이 인간들로부터 받는 상처와 고통을 생각하며, 사람들이 동물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도 일깨우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자연에서의 역할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삶과 자연환경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박형진_테디베어랑_2023_acrylic on canvas__52.8x45.5cm 전시서문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2012년 어느 아트페어. 당시 화이트테리어 ‘미키’를 키우던 나는 동글동글한 흰 강아지와 꼬마가 그려진 박형진의 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아마도 2009년 즈음부터 선보인 <My Pet>, <Hug>, <흰둥이> 의 하나였던 것 같다. 주인공은 꼬마였고 강아지는 다른 종류였지만 꼭 나와 미키를 그린 듯했다. 아쉽게도 작품은 이미 판매돼 버렸고 신인 갤러리스트는 유명작가에게 주문을 의뢰할 깡이 없었다. 2021년 겨울이 되어서야 하얀 강아지와 꼬마가 그려진 <멍멍이랑>을 갖게 되었다. 박형진_멍멍이랑_2021_acrylic on canvas_33.4x24.2cm (스페이스 엄 소장) 심플한 선과 형태,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 구성이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 같으면서도 ‘이런 스타일은 처음!’이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실제로 박형진 작가는 한국에서 케릭터 페인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혹자는 일본의 요시토모 나라와 견주어 언급하기도 한다. 동시대 작가이자 요시모토 나라의 오랜 팬으로써, 그가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요시토모 나라 팬클럽이 주최한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해 그로부터 드로잉이 곁들인 싸인을 받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하니 그는 필경 박형진의 작품 세계에 좋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 동화와 같은 작품들이 까다로운 미술관과 평론가들을 사로잡은 건 당연히 작품성 때문일 터. 박형진의 회화는 꼬마아이와 새, 반려동물, 곰인형과의 교감을 직접적으로 혹은 자연 속에 어우러진 모습으로 묘사한다. 큰 머리와 이등신, 가는 팔다리의 독특한 신체비례는 오랫동안 주인공의 시그니처였고,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심플한 이목구비는 호기심을 자아냈다.박형진_새들이랑_2024_acrylic on canvas_72.5x49.9cm 이 미묘한 표정은 주인공이 반려동물을 안아주고 정원과 나무를 가꾸는 모습이 단순한 놀이나 유희가 아니라 속깊은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한다. 작품에 담긴 의미는 그림만큼이나 글재주가 있는 작가의 탄탄한 작업노트, 몇 권의 책으로 발표된 수필집과 시집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오랜 시간 삶에서 일어난 경험과 상상력을 작은 꼬마아이에 담았으니 그 어린 게 신비로운 미소의 ‘모나리자’같은 카리스마를 갖게 된 게지. 사내애인지 계집애인지 모호한 중성적인 모습은 소년이고 소녀이며 어린아이의 순수함의 대명사이자 어른들에겐 동심에의 회귀였다. 2018년 이후 6년만에 오롯이 캔버스 작품으로 선보이는 개인전을 스페이스 엄이 초대하게 된 건 오랜 작가의 팬으로써 큰 영광이다. 이미 작가를 아는 분들은 작품 속 꼬마아이와 동식물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발견할 것이고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에 빠져들 것이다. 혹시 작가의 책을 먼저 읽어와야 작품을 이해하는 걸까 하는 걱정은 금물. 화면을 찬찬히 바라보면 마음 속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절로 샘솟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마치 12년전, 꼬마와 흰 강아지의 그림에서 마흔살의 나와 눈에 넣어도 안아프게 사랑한 미키를 투영한 것처럼 말이다. 박형진진_토피어리 가든_2024_acrylic on canvas_90.1x116.7cm 박형진 프로필 1999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1995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2022 '정원 그리고 숲-비하인드',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너나들이센터, 서울2022 '비밀의 정원', 블루원갤러리, 서울2021 ‘친구들아, 무엇을 보았니?’, 양평군립미술관 컨테이너 아트랩 BLUE, 경기 양평2018 'we are buddy-buddy 단짝', 갤러리 미고, 부산2018 '단짝', 블랙스톤갤러리, 이천2017 '단짝', 노화랑, 서울2016 '너와 함께 With you', 에이루트 아트플랫폼, 서울2015 '너에게 To you', 갤러리 희, 양산2014 '정원 산책 A walk In the garden', space K, 대구2013 '작은 풍경', 길담서원 한뼘미술관, 서울2013 '새싹 그리고 정원', 장흥아트파크 미술관, 양주2012 '잘 자라라', 자하미술관, 서울2012 'HUG', 자하미술관, 서울2011 '새싹이 있는 풍경', 통인옥션갤러리, 서울2009 'My pets', 노화랑, 서울2007 'Play in the garden', 노화랑, 서울2004 '상상다반사', 노화랑, 서울2003 ‘이야기, 이야기’, 갤러리 창, 서울2000 '베이비 파파 & 행복한 사과', 서남미술전시관, 서울1998 박형진展, 갤러리 보다, 서울1996 박형진展, 도올아트타운, 서울수상1998 제5회 공산미술제 우수상(동아갤러리), 서울 작품소장처부산시립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북촌미술관, 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 서남재단, 울산현대예술관, 매일유업, 자하미술관(기증),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기증), 푸르메재단(기증,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설치) 저서2019 너와함께 (시그림책)2020 빅허그 (에세이)그 외단체전 380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