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직박구리 폴더의 비밀노트> _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2000년대 초반, PC에 알집alzip을 깔면 새폴더를 만들 때 마다 새이름으로 폴더명이 지어졌다. 그 중 직박구리는 어감 때문에 그런지 야동파일을 담아둔 폴더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남의 PC에서 그 폴더를 보면 왠지 꼭 열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든 직박구리다. 세 여성작가의 삼인전 제목이 <직박구리 폴더의 비밀노트>라니 혹자는 여성의 내면 심리와 감추어진 욕망을 표현할 거라고 짐작할 것이다. 뭔가 은밀하고 끈적끈적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뻔한 클리셰는 없다. 그들은 ‘직박구리’라는 새, 더 정확하게는 어떤 이유로 야한 파일 폴더의 대명사로 직박구리가 쓰였을까에 대해 궁금해했고, 지적호기심의 결과 한반도에 흔한 텃새일 뿐 비밀스러운 컴퓨터 자료저장소의 역할을 맡아야할 어떤 눈에 띄는 특징도 찾을 수 없음을 알게됐다. 하찮은 소재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은 그들의 탐구자세는 직박구리 폴더에 담겼을 뭔가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삶에 대한 지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비밀스럽게 감춰뒀던 파일이 무엇이었을까의 관점에서 현재와 과거를 사유하며, 감춰야할 것과 공유할 수 있는 인생의 이야기와, 나라는 미약한 존재를 생존하고 강해지고 열정적으로 만드는 무언가를 표현하게 됐다. 모든 이야기가 공허한 울림과 허상이 아니라, 투명한 개울바닥에서 반짝인 조약돌처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발견할 수 있는 기억과 생각에서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한 개인의 비밀노트를 펼쳐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자아를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할 인간적 온기와 지적인 영감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것들을 너무나 궁금한 직박구리 폴더에 담았놨으니 모두 한번 열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