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_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이경훈 작가를 만나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논리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달변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장점은 고스란히 화폭에 재현되어 생기발랄한 인물과 고양이가 페르소나로 등장해 다채로운 배경 위에서 환상적 몽환적 유희적인 이야기들을 펼쳐냅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생각들을 고명도의 생동감있는 컬러에 담아 유쾌하게 표현한 결과, 그가 그려낸 화폭은 볼거리가 풍성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훌륭한 언변만큼 작품의 설득력이 압권입니다. 본 전시 <Between the Seen>에서도 변함없이 큰 눈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기존 작품에서 남녀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주동적이고 직관적으로 이끌었던 데에 반해, 이번엔 인물들과 고양이, 물고기, 새, 곤충, 일상의 아이템 들까지 동식물, 생물 무생물에 상관없이 서로 동화되어, 마치 현미경으로 보이는 미생물처럼 공기 중에 유영하기도 하고 함께 어우러져 타원구로 군집하는 등 은유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화면에 가득한 점들. 이들은 마치 크고 작은 공의 탄성과 같은 포물선의 움직임을 재생합니다. 작가는 이것을 현악기에 비유합니다. ‘현’을 활로 켜거나 튕겼을 때 진동이 생겨 음이 울리듯, 공간 속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우리의 주위에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에너지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작가는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을 보며 깨닫습니다. 울창한 숲에 빛이 들어오는 곳은 이파리 사이의 빈틈이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우리의 마음에 공간이 있을 때 감정이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너와 내가 친분이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현처럼, 우리 둘 사이 공간이 공백이 아닌 관계와 감정의 에너지가 채워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작가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보이는 않는 공간을 찾아내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마치 프리즘을 통해 투명한 빛이 7가지 무지개색으로 구성되어 있고 온도계를 통해 무지개의 붉은빛과 보라빛 밖에 적외선과 자외선이 존재함을 알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여정을 작업을 통해 선보입니다. 그 노력은 무채색의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흰색과 검정 사이 명도의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표현한 작품은 분명 색이 없지만 화면은 무미건조함 대신 차분한 생기가 느껴집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요. ’색色‘이 시각 청각 등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이라면 ’공空‘은 빈 것인 동시, 물리학에서 사물을 쪼개고 나누었을 때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원자와 전자 - 사물의 근본으로 해석할 수 있듯이* 작가는 무채색 작품을 통해 감각을 초월한 색채를 우리에게 제안한 것입니다.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무언가를 찾는 것은 ’기도‘와 ’명상‘ 혹은 ’수도‘ 가 그러합니다. 직관적인 주제에서 나아가 여백과 공간에 채워진 ’현의 선율‘같은 그것을 시각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작가는 진지한 고민과 연구를 행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한 모든 작업들이 ’기도와 명상으로 깨달음을 찾아가는 여정’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작가 본래의 긍정적이고 수려한 달변같은 시각언어로 설득하는 것입니다. * ‘진리는 바로 지금, 바로여기 있다 (저자 관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