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된 자리>의 의미 해석 전시서문 |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김지연 작가가 ‘자리’라는 주제로 한 작업들이 내세운 주인공은 의자입니다. 모든 화면에 다양한 스타일의 의자가 등장합니다. 의자는 사람의 관점에서 ‘자리’를 설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데 특히 ‘신분’을 정의하는 메타포로서 역할이 큽니다. 왕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왕좌’가 좋은 예이지요. 사람의 성장과 변화에 따라 자리와 의자의 모양은 함께 변합니다. 학생시절엔 딱딱한 나무의자였고 사회에 나와선 기능형 사무의자에 앉게 됩니다. 승진을 해서 신분이 높아지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의자는 커지고 푹신해지며 디자인도 예술적으로 발전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사실 이 해석들은 의자의 클리셰입니다. 작가는 이 전형적인 클리셰의 범위를 넘어 단순히 의자의 형태만이 아닌, 의자와 그것이 위치한 공간과의 연계를 통해 사람의 자리에 대한 해석을 시도합니다. 얇은 부조, 화면을 장악한 흰색. 빛을 튕겨내고 나타나는 옅은 그림자만이 화면의 윤곽을 뚜렷하게 하는 작가의 표현법은 관객의 직관적 해석에 난이도를 던집니다. 의자의 다양한 종류, 배치, 적재의 형태는 인간의 일상과 인생의 다양함을 보여주지만 이 모든 표현이 쉽게 드러나지 않고 전적으로 빛에 의존해, 그림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선명하게 보이기도, 혹은 백색의 평면으로만 보이기도 한다는 점은 작가의 의도가 인간의 내면을 향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작가는 형태가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즉 빛에 따른 그림자가 형태를 가시화하는 작업의 모토를 ‘존재’에 대비합니다. 인간이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삶과 죽음이 그러하거니와, 더 나아가서 우주의 별들이 항성의 빛을 반사해 빛나는 것처럼 존재 스스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위와의 관계에 의존함을 설명합니다. 물론, 나의 존재가 늘 뚜렷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화면이 빛에 반사되어 양각이 드러나지 않아도 평평한 평면이 아니듯 존재성은 더러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발현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화면에 올린 의자의 부조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자리가 있다는 것은 나와 자리의 상관성을 통해 나의 존재가 스스로 드러나는 게 아님을 말하는 동시에, 시선의 각도를 뒤집어 무수히 많은 인간들 사이에 나의 존재, 나의 의미, 궁극적인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의 제목이 “중첩된 자리”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