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마태 초대전 <다시, 십자가 Cross Again>

작가노트화가로서의 자각과 활동이 조금 진지해진 무렵부터 나의 가장 큰 화두는 ‘기억’ 이었다. 내 모습을 똑바로 직시할 용기가 없었던 나는 ‘기억’의 조각들을 끌어 모아 내 이야기를 그려나갔고 그 결과물을 통해 나를 객관화 한 후에야 비로소 내 모습을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불완전했던 기억들을 왜곡하고 재구성하여 나의 ‘기억’들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번에 내어 놓을 작업들에서는 이러한 ‘기억’들을 유기적인 추상의 형태로 묘사하여 ‘만남과 헤어짐’ ‘환희와 좌절’ 같은 극단의 감정을 서술하고자 했다. 사도 바울은 신앙의 많은 중요한 가치들을 가르쳤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우선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하였다. 나의 일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번 넘겨짚어 보자. '반복해서 강조함'은 그 말의 중요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그만큼 따르기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되지 않을까? 실제로 많은 경우에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선한 목자’ 나 ‘우리의 중보자’, ‘복 주시는 하나님’ 과 같은 다정한 위로자의 모습으로 저장해두기를 더 원할 것이기에 죄인들과 가난한 자들의 친구였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당하신 고초와, 그 순간에 품으셨을 그 분의 마음,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하나님의 마음에 감정이입 하는 것이 그리 편안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 나는 이천 년 전 그리스도가 못 박힌 그 십자가를 실감나게 상상해내지는 못한다. 대신 내가 지나온 과거의 순간순간에 분명히 존재했던 무형의 십자가를 기억한다. 기억이란 본디 불완전한 것이라서 그 순간의 설레임이나 비통함 같은 감정들은 결국 화석화 되겠지만 그 화석들이 퇴적하여 솟아오른 작은 언덕 위에 나의 십자가를 세우고픈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 이번 전시에 투입된 방법적인 서사들은 ‘순응’이라는 단어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만큼은 하나의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어떤 엔딩을 계획하지 않은 채 붓을 들었는데 일례로, 어떠한 붓질을 사용할 것인지와 어떤 색을 어느 범위에 사용할 것인지가 해당 작업의 직전에 가서야 결정되고는 했다. 아마도 십자가를 대상화하는 이 작업에 어느 정도 부담을 가졌던 모양이다. 최대한 숙고해야 하는 상황으로 나를 내몰아서, 스스로 거만해지거나 기술적인 반복으로 작업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해두었다고 할까. 이렇듯 내 신앙적인 성숙을 내가 믿지 못하니 신앙의 가장 기초적인 교본인 ‘십자가’를 그린 모든 과정이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실로암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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