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평론/ 포맷과 번역의 언어 조경진(철학박사, 미술비평)조혜경의 작업은 무엇이라고 규정하기에 참으로 까다롭다. 단색화로 보기엔 개념적이고, 그래서 미적인 것과 정보적 측면이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 아우러진다. 어떤 부분은 미적 환영 이미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부분은 거의 산업적, 물질적 표면에 가깝게 보이기도 한다.이것만이 아니다.개별 작품을 감상의 대상으로 볼 수 있지만, 몇 개의 작업을 일렬로 나열하거나 함께 묶는 방식도 있다. 지속해서 사용해 온 시그니쳐 형태 (4분면의 분할에 따른 색채 대비, 다양한 색채 조합과 변주들)를 고려하면, 하나의 전시 전체나 여러 전시들이 한번에 시각적, 개념적 컨텐츠 (대립에서 내부작용과 대비로)를 전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니 하나의 작품도, 매체로서의 전시 개념도 있다. 조혜경_vertical line_53x53cm_oil on canvas_2021이런 유형의 작업에 잘 어울리는 두 개념이 있다.하나는 데이빗 조슬릿의 형식 개념으로서 포맷이고, 다른 하나는 니꼴라 부리오의 번역 개념이다. 작가는 대비나 내부작용이라는 컨텐츠를 위해 4분할이라는 독특한 모듈식 포맷을 고안했고, 이것은 마치 매튜 바니의 엠블럼처럼 기능해 다양한 형식적 변주를 가능케 한다.한편, 그의 작업은 서구 미니멀리즘은 물론 포스트미니멀리즘의 언어, 그리고 한국의 단색화 전통의 언어와 미감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들을 번역한다. 그는 기호, 형식, 그것의 코드를 유연하게 교차시킨다. 이것은 미니멀리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그것과 거리 두는 자만 할 수 있는 행위이다.그의 작업은 지극히 우리 시대의 언어와 태도의 전형이다. 조혜경_vertical line_72.7x72.7cm_oil on canvas_2021 작가노트/본인의 작업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물질적 존재인가 혹은 영적인 존재인가에 대한 회의를 바탕으로, 자신, 그리고 인간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존재성에 대해 사유한다. 디지털 문명의 발달과 그 이면에 점차 심화된 인류 문명의 정신성의 쇠퇴라는 비판정신과 함께 더하고 빼는 과정, 제작과 해체, 현존과 부재 등의 개념을 작업의 중심에 두고 빛, 색채, 실을 이용한 신체의 반복을 통해 수직선 긋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인간 존재의 관계성, 유,무한성, 영적인 것을 보여준다. 제작과정의 반복적인 수행성은 급격한 인간 문명의 발달로 인한 정신과 물질 사이의 이원론적 대립을 화해시키고 초월하고자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조혜경_vertical line_53x53cm_oil on canvas_2021작품의 색면은 두면으로 나뉘어 칠하여 더해지는 영역과 닦여서 빼지는 영역으로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간다. 이 과정을 거쳐 신체의 반복적 수행성을 통한 실의 흔적으로 남은 화면 안의 수직선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선, 즉 서로 다른 두개의 항을 이어주는 선이며 개별자들 사이의 연결, 즉 관계 맺기를 상징한다. 궁극적으로 반복적인 수작업을 통해 나타난 연속된 수직선들은 유한성, 무한성과 영원성, 다시 말해 정신적인 가치들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인위적으로 분리된 가치들을 연결함을 상징한다. 이로써 작업을 통해 인간 존재란 정신과 물질 두개의 항 사이에서 변증법적 운동을 하는 존재임을 발견하고 잊혀진 정신적 가치를 발견해 나가고자 한다.조혜경_vertical line_45.5x45.5cm_oil on canvas_2021 작가약력/개인전2022. Quartet, 스페이스 엄, 서울2021. Intra-Action B-tree gallery , 서울2020 감각차이 Sencory Difference 토포하우스, 서울2016 Convergence 토포하우스, 서울단체전2021 북극성전 토포하우스, 서울2021 A&C ARTFESTIVAL 2021(지상전)-코로나 19극복 비전21- 미술과 비평, 서울2021 Hongik in canverse ,캔버스 웹사이트, 더 숲 초소책방, 복합문화공간 더 숲, 주최 캔버스, 서울외 다수조혜경_vertical line_45.5x45.5cm_oil on canvas_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