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잔상–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작업노트 | 문기전
나는 오랫동안 ‘감각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해왔다.
우리는 눈으로 대상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식되는 세계는 감각이 사라진 이후에도 의식 속에 남아 지속된다.
〈빛의 잔상–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은 이러한 과정, 즉 감각–기억–의식으로 이어지는 내부 흐름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과 형태는 신경망을 따라 전달되고, 기억으로 저장되며,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미지로 떠오른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눈을 감았을 때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이 잔상의 상태이다.
작업 화면에 나타나는 선과 점, 그리고 겹쳐지는 이미지들은 신경 신호의 이동과 기억의 축적 과정을 은유한다. 이는 특정 풍경이나 대상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각이 내부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다.
결국 이 작업은 외부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시도이다. ‘빛의 잔상’은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되는 이미지이며, 동시에 내가 존재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문기전 : 그 바람은 아직고…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