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DE 거하다 | 윤주원
요한복음 15:4–5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같은 나무에서 자란 잎들이지만, 어떤 잎은 가지에 붙어있고 어떤 잎은 떨어져 있다. 요한복음 15장의 포도나무 비유를 묵상하며, 그 관계가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포도잎을 도자기와 아크릴로 표현하고, 각각의 표면에 직접 그린 문양을 새겨 생명력을 담고자 했다. 도자기 잎들은 실제 나뭇가지에 가느다란 줄로 매달았고, 일부는 가지에서 분리해 벽에 배치했다. 아크릴 잎들은 포도나무의 덩굴손을 닮은 와이어로 이어져 있다. 빛을 받은 투명한 잎은 그림자를 통해 또 다른 형상으로 확장되며, 생명이 이어지고 퍼져 나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잎은 한동안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지만, 더 이상 나무로부터 양분을 얻을 수 없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어야 열매를 맺듯, 우리의 삶 역시 스스로의 힘만으로 온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작업은 ‘내 안에 거하라’는 말씀 앞에서 내가 무엇에 의지하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끝까지 머물러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거하다 I ABIDE I - 윤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