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 작업 노트 | 이름 (E Reum)
‘MIDBAR’는 히브리어로 광야를 뜻한다.
광야는 단순한 자연의 공간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오랜 시간을 지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던 곳이며, 인간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그 분을 의지하게 되는 자리이다.
이 작업은 캐나다 BADLANDS 에서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 자연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대지에는 인간의 손으로 새겨지지 않은 수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흔적들에서 성경 속 광야를 떠올렸다.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긴 시간 속에 형성된 대지의 모습은,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를 묵상하게 했다.
나는 광활한 풍경 전체를 재현하기보다 대지의 일부를 들여다보았다. 거대한 자연의 장엄함을 보여주기보다 그 표면에 새겨진 흔적들을 드러냄으로써, 익숙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 속에서도 창조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다. 이때 광야의 조각들은 단순한 자연의 형상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게 하는 신앙적 오브제가 된다.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표현한 것은 색이 갖는 유한한 시간과 감각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모든 색을 품고 있는 빛을 흑과 백, 그리고 그 사이의 무수한 계조로 드러내며,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에 존재하는 의미를 바라보고자 했다.
광야의 흔적은 그 자리에 남아 있지만, 우리가 그곳을 향해 걸음을 내디딜 때 비로소 우리와 만난다.
그 만남은 대지를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해, 그 안에 담긴 창조와 섭리를 묵상하는 일로 이어진다.
나는 이 광야의 조각들이 하나님의 섭리를 바라보고 묵상하도록 이끄는 오브제가 되어 이곳에 새겨진 흔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며, 각자의 삶 속에 새겨 가시는 그 분의 흔적을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작가 소개
이미지를 다루는 시각 미디어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연극영화과에서 영화촬영을 전공 하였고 현재는 사진을 기반으로 회화 및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빛”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 프로필
개인전 18회
단체전 및 아트페어 26회
주요수상
2024 제2회 인류애실천분중문화상 우수인재상
2023 제9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특별전 초대작가
2019 제6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gallery NOW상
MIDBAR #12 -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