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물들(믿음의 형상들) | 이승종
이 작품 속 왕관은 내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가치의 기준'을 상징하는 이미지이다. 세상은 돈과 금, 다이아몬드, 그리고 왕관을 가장 높은 가치의 표지로 여긴다. 그러나 그것들은 점점 실체를 잃고 기호와 숫자로만 유통되며, 원본 없이 복제되는 가치의 시대를 보여준다.
가는 선들로 쪼개지고 흩어지는 왕관의 형상은 이처럼 견고해 보이지만 끝내 붙잡을 수 없는 세상의 영광을 나타낸다. 반면 화면을 감싸는 어둡고 깊은 번짐은 그 이면의 불안과 공허를 드러낸다.
동시에 왕관은 신앙인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요한계시록은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머리에 많은 관이 있다고 증언하며, 'Crown Him with Many Crowns(면류관 가지고)'라는 찬양은 그분께 면류관을 씌워 드리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그분의 왕관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가시 면류관을 지나 영광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을 가리킨다. 세상의 왕관이 소유하고 올라서는 가치를 말한다면, 그리스도의 면류관은 내어주고 낮아지는 가치를 말한다.
복제되고 사라지는 기호의 세계 속에서 나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원본, 참된 가치의 근원이신 분을 바라본다. 이 작품은 세상이 가장 높다고 말하는 것 앞에서 "진정으로 높임 받으실 분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고백이며, 내가 받을 면류관이 아니라 내가 내려놓고 드려야 할 면류관을 생각하게 하는 기도이다.
Gold bar I - 이승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