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풍경 너머의 고요 | 이우현 작가노트
나는 풍경을 그리지만, 그 풍경은 언제나 마음의 안쪽에서 출발한다.
보라색은 내게 시간의 색이다. 하루의 끝과 시작, 사라짐과 도래 사이.
나무 한 그루, 산의 실루엣, 하늘의 흐름 속에서
나는 우리가 잊고 지낸 고요와 마주한다.
그림 속 풍경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다.
어쩌면 한 사람의 기억이고, 감정의 조각이다.
침묵 속에 스며드는 듯한 보랏빛 풍경은 어떤 설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자연의 형상적 재현보다, 그 앞에 마주선 이의 내면 풍경을 호출하고자 한다. 짙게 깔린 보라의 무게, 그 안에서 살포시 피어나는 연분홍빛 하늘은 단순한 색채의 배열을 넘어 감정의 지층을 드러낸다.
색채 보라색은 이중적인 감성을 품고 있다. 고요함과 외로움, 따스함과 서늘함,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이 보라색은 끊임없이 진동한다. 이 색은 시선을 사로잡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의 감정을 오래도록 맴돌게 만든다.
여기 등장하는 나무나 산, 들판은 그 자체로 개체라기보다 감정의 등가물처럼 작용한다. 동그란 나무는 사람처럼 서 있고, 길은 걸어 들어가는 사유의 통로처럼 그려진다. 이 회화들 속 자연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다. 기억 속 어딘가, 혹은 마음 깊숙한 곳의 정경이다. 실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기억과 감정이 물든 풍경이다.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은 인간 존재의 모순으로 점철 된 보랏빛 세상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발견하게 된다. 보라색이 지닌 몽환적 낭만성이 주위를 감싸는 따뜻한 기운
을 불러일으키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이 흐릿한 기억 속 감수성을 자극하기 때
문이다. 이 평화로움은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관점에서 기인한다.
그는 불안함으로 점철 된 인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그 흔들림을 수용하
고 그 안에서 보랏빛 세상을 끊임없이 매만진다. 그렇기에 그 것은 고군분투로
점철 된 과정이지만 여기 불안한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우현 프로필
개인전 39회 | 단체전 및 아트페어 200회
수상
2018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신인공모전 입선
제8회 대한민국 평화예술대전 ‘특선’
제31회 국제창작미술대전 ‘특선’
제46회 국제문화미술대전, 제18회 한국미술 국제공모대전
제1회 대한민국 청년작가미술대상전, 제25회 모란현대미술대전
제39회 구상전, 제14회 관악현대미술대전, 제31회 대한민국 한국현대미술대전
제27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제2회 대한민국 선정 작가 공모-미술평론지 미술과 비평 ‘선정작가상’
보랏빛 겨울 숲 - 이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