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Brain sketch) 25104 - 지아혁

전시서문   |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지아혁 작가는 떠오르는 생각을 문자로 화폭에 써내려갑니다. 정확한 문법이 문장을 다듬어 정확한 의미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면, 작가는 생각을 담은 글자들에 색을 부여해 겹겹히 쌓거나 혹은 종이에 재배치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표현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작업들을 책과 비교해 본다면, 책이 오롯이 문자에 의존해 의미를 전달하는 데 반해, 지아혁의 작품은 글자들이 단순한 필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시각언어로 발전해 직접적인 의미보다 더 많은 사유를 내포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층 진보적입니다.

작가의 대표적인 두 연작인 “딴생각”과 “념상”은 컨셉에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딴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을 중첩한다면 “념상”은 문장을 나열함으로써 조형면에서 확연히 구별됩니다. 어느 쪽이든 화면에 쓰여진 단어와 문장들은 즉흥성과 우연성을 가지며, 행위의 반복을 통해 더 깊은 사색으로 파고들어 점차 잊거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기억, 감정에 다다르게 됩니다. 결국 완성된 화면은 단순한 ‘자동화기법의 우연성이 낳은 결과물’을 넘어 작가의 내면에 깊숙히 잠재해있던, 지금의 자아와 정체성에 영향을 준 본질을 펼쳐낸 것입니다.

자아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먹과 한지, 석채, 옥분 같은 한국화 전통 재료의 시도로 이어집니다. 영국에서 서양회화를 전공한 작가가 동양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성면에서 동서양의 크로스오버이자, 내면의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정체성을 의식적으로 분명하게 하려는 의도가 드러납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 영역을 계속 확장중인 작가가 작업 안에 녹여낸 동서양의 아이덴티티가 관객들에게 어필한다는 점은 ‘전통과 현대의 공존’과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성’이라는 작가의 정의가 설득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일 이번 작품들은 수십겹으로 쌓아올린 문자들로 재현한 작가의 내면인 동시, 무의식 너머 기억의 단편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문장력 대신 선택한 예술 행위의 결정체들이 단순한 글자보다 해독이 어려울 수 있지만 오히려 의미의 경계를 초월해 관객에게  열린 해석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훨씬 생동감있고 입체적으로 전달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작가 프로필

지아혁 작가는 자동화된 드로잉 기법을 활용해 의식 아래 흐르는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포착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2020년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에서 순수미술을 우등으로 졸업한 후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해 일년만미술관, GS 스트릿갤러리, 런던 Saatchi Gallery 초대개인전과 베니스 Context Gallery, 파리 IHAM Gallerie 기획전 등 한국-유럽을 오가며 9회의 개인전과 20회 이상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습니다. 

KBS-TV 노머니노아트 7회차 우승, GS건설 신진작가 공모당선, 영국 Saatchi Gallery 큐레이터 선정작가 당선, Surface Gallery 신진작가 당선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상경력으로 작가역량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GS리테일, 자생한방병원, DR과 이태리 Venice Art Contact 등 국내외 여러 기업과 기관들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