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 김지연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가 있기를 원한다.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찾는 나만의 소파일 수도, 직장에서에 업무를 보는 내 책상 자리일수도, 소소하게 출퇴근 시간 남아있는 대중교통의 빈자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자리들을 전전하면서 학생, 회사원, 가족 구성원등의 역할을 달리하게 되고, 사회적인 의미의 자리와 위치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장소나 사물로서의 자리는 이런 변화를 통과하여 개인의 존재론적인 고민과 질문으로 거듭난다.
과연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자리 시리즈는 내가 앉았던 수없이 많은 의자 중 과연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자는 보이지 않고 확신할 수 없는 나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기댈 수 있는 공간이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물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단상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의자'라는 오브제에 머물게 된다. 자신만의 것이라 여겼던 의자가 다른 이의 것이 되기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항상 가까이 있었던 의자를 먼발치에 떨어져 바라보게 된 순간 자신이 앉았던 의자가 놓인 모습은 생경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앉았던 의자가 낯선 장면으로 다가온 순간 자신이 앉았던 의자들은 결국 나 자신의 존재를 표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의자는 화면에서 약간의 양감으로 그 존재를 미미하게나마 드러내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그 형태가 보이기도, 아무것도 없는 흰색의 화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며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존재가 가지는 희미함, 또는 불안정한 모습을 연결시켜 보여주고자 하는 시각적인 표현이다. 그 의자는 주인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특정한 사람의 것일 수도, 단지 잠시 쉬다 지나치는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의자는 자신만의 자리라 여겼던 의자가 다른 이의 자리가 되기도, 언제가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의자가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에서부터 시작된 자리(의자)들은 명명되지 않는 자신의 위치를 살피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표상하는 오브제였다. 이는 항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가를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비록 지금 그 자리는 내게 없다 할지라도 각자에게 있는 '앉은 의자'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연 프로필
개인전 10회
2023 부유하는 자리, 삼각산 시민청, 서울
2023 부유하는 자리, 산울림소극장 1층, 서울
2022 마구잡이드로잉전, 필승사, 서울
수상
2020 겸재미술관 내일의 작가상 대상
2018 붓다아트페스티벌 신진작가 입선
2012 코리아아트페스타 입선
작품소장
서울특별시, 겸재미술관, 그외
부유하는 자리 -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