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ㅣ 김영진
붓에서 시작된 한 방울의 물감은 호흡과 함께 숨결이 되고 수많은 숨결들이 쌓여서 빛나는 별이 가득한 우주가 됩니다. 씨앗처럼 작은 숨 하나에서 시작되었지만 덩굴처럼 엮이고 나무처럼 자라서 거대한 우주가 되었음을 알았다면 당신도 나무와 우주가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서문 ㅣ 엄윤선 스페이스 엄 대표
스페이스 엄과 김영진 작가의 인연은 2013년부터 시작한다. 당시 20대였던 작가의 5번째 개인전을 스페이스 엄에서 연이래로 지금까지 3회의 초대개인전, 10여회의 단체전과 아트페어를 함께 했는데 본 갤러리가 2013년 1월에 문을 열었으니 사실상 갤러리의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협업하고 있는 작가다.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작가의 22번째 개인전 <삼라여정기>는 어쩌면 ‘관계’와 ‘인연’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삼라森羅’의 사전적 의미는 ‘넓게 퍼져있는 숲’이며 불교와 도교의 ‘삼라만상森羅萬象’에서 ‘삼라’는 세상의 모든 이치와 현상이 어우러진 대자연과 우주로 의미가 확대된다. 그런 ‘삼라의 여정’을 전시명으로 한 것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가 물리적 공간으로 ‘숲에서의 산책’을 넘어 자아에 대한 성찰(省察)과 인생에 대한 고찰(考察)을 아우를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번 전시는 2011년부터 선보이는 <이야기가 있는 풍경>은 물론, <자유소생도> <도원의 꽃> 등 대표적인 연작의 신작과 더불어 새 연작을 선보인다. 모든 작품 속엔 작가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식물과 자연에 담아 묘사한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 작가가 어린 시절 자랐던 동네의 산과 자연풍경에 행복하고 평안한 일상을 오버랩해 거시적인 관점으로 묘사했다면 다른 연작들은 식물에 미시적으로 접근해 좀 더 깊게 사색한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미세한 부유물들까지 모두 우리와 연결돼 상호 교감한다는 고찰의 결과를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염원’으로 이끌며 화폭에 담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안엔 여러 종교와 신앙의 길한 상징들이 담겨있다. 그 상징들은 추상적이나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으로 연결돼, 삼라만상의 인간과 우주,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관계하고 상호작용함을 설명한다. 이 모든 관찰과 생각의 결과를, 작가는 섬세하고 정교한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풀어낸다.
작품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간절한 바램과 선한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작가만은 아닐 터. 작가와의 11년 짧은 과거와 앞으로의 긴 인연을 기대하는 갤러리도 같은 마음으로 전시에 임한다. 삼라에서 인간의 시간은 짧지만 예술로 재현된 ‘평안과 행복에의 기원’은 영원히 그 연결고리안에서 순환할 테니 말이다.
김영진 프로필
개인전 (22회)
2024.04 삼라여정기 _ 스페이스 엄, 서울
2023.05 Humming garden _ 제인클레어, 서울
2021.12 Kim young jin X 생활지음 _ 생활지음갤러리, 용인
2021.05 숨-결의 정원(Life and nature) _ 스페이스 엄, 서울
단체전 및 아트페어 (300여회)
2024 04 화랑미술제
2024 01 CIRCULATION vol.1 _ 신사하우스, 서울
그 외 다수
수상
2019 비스포크랑데뷰 파이널리스트 10 선정작가
레지던시
2018. 08 ~ 2019. 02 아티스티 송도 레지던시 1기
자유소생도 20-33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