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 [은유의 숲_The Forest of the Allegories]
변화 무쌍한 오늘과 거칠게 다가오는 낯선 중력의 내일을 마주하는 현대인들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질책, 다시 가볼 수 없던 길에 대한 후회, 그런 스스로의 비난과 평가에 병들어 있다. 그런 증상들은 시시각각 현대인들을 깎고 짓눌러 존재의 부정을 빚어 나간다. 당신이 낙심의 바닥이라고 생각한 그 곳은 그저 거쳐 가는 단계였을 뿐 더 떨어지고 떨어져, 그 낙하하는 수심에 놀라 때론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없었을 것이다. 마치 광야에 던져진 두렵고 외로운 한 아이처럼.
그러나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곧 나의 선택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며, 시간의 틀 안에 갇힌 인간에게는 운명적으로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시간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무너지게 하며 결국 서서히 소멸로 이끄는, 신이 인간-즉 한계자에게 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한계적인 존재론적 진실은 또한, 시공의 틀에서 완전한 자유자인 절대자를 대면할 수 없는 차원적 한계성을 인간에게 부여한다.
그러나 절대자인 그와 한계자인 인간이 만나는 지점, 현세와 내세의 중간 지점, 영원과 찰나가 만나는 그 지점을 화자는 여전히 ‘숲’ 또는 ‘벌판’ 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숲에 던져진 가녀린 소년 소녀는, 낯선 공간에서 한없이 외로운 존재인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당신과 나를 대변한다. 숲은 당신이 모르는 곳, 어떤 위험도 함정도 모르는 두려운 광야이고, 또한 낯설고 외로운 공간인 동시에 영원을 꿈꾸는 한계자인 나와 당신의 깊숙하고 내밀한 내면의 공간이기도 하다.
소녀엄마 - 몰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