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봄래 苦盡春來> _ 고생 끝에 다가올 봄을 기대하며
떡벌어진 어깨, 불룩한 배, 넙데데한 얼굴에 살에 파묻힌 이목구비. 거기다 꽃무늬셔츠와 굵은 골드체인 목걸이라니. 영락없이 영화에서 보는 시골 건달의 모습이다. 어딘가 살짝 배우 마동석의 모습도 보인다. 그는 더러 권투선수가 되기도 하고 철가방인지 여행가방인지를 번갈아 들며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어떤 모양새를 하든지 얼굴과 체형은 변함이 없다. 그를 본 관객들의 리액션은 십중팔구 재밌다고 까르르 웃거나 혹은 작가님이 이렇게 생겼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재밌는 거 인정. 작가와 닮았나 하는 대답은 반반이다.
김원근 작가는 흙과 나무, 레진 등을 소재로 인물을 만든다. 그 표면에 공을 들여 사포질을 해 매끈하게 연출하는 걸 배제하고 적절한 투박함과 거침을 유지한다. 댄디함과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 속 캐릭터와 연결되는 설정이다.
조폭 같은 외모만 보며 여자에게 “오빠한테 와라!”하며 확 하고 확 해서 화악 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세상 수줍은 얼굴로 품에는 강아지를, 한손엔 꽃을 들고 좋아하는 여자를 기다린다. 강아지와 꽃이라니. 클리셰이지만 요즘처럼 감각과 센스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 전형성은 분명 촌스러우면서도 순진하게 느껴진다. 이런 반전 매력이 웃음포인트이자 대중들의 호감을 받는 비결이겠지.
김원근 작가의 인물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페어와 심포지엄의 초청 이력도 화려하다. 밋밋한 눈코입과 더불어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색채가 불교의 단청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외국의 기획자들에게 한국적인 매력으로 강하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이국적exotic이고 독특하다는unique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외에서 김원근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가 시각적 재미라는 일차원적인 평가 때문만은 아닐 게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한 척, 센 척 힘을 줘보지만 선량한 눈빛을 감출 수 없다. 터프하고 불량한 외모가 내면을 잠시 감출 수는 있어도 어느 순간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선량함을 감췄던 봉인이 풀리며 환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만의 이야기가 아닐 터. 우리 모두도 생존, 생계를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살아가지만 언젠간 좋아질 그날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김원근 작가는 이번 전시명을 <고진봄래 苦盡春來> 로 정했다. 고생 끝에 봄이 온다고, 이제까지의 치열한 삶은 뒤로 하고 삶에 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그 축복을, 작가는 수줍은 눈빛으로 연애를 시작한 ‘순정남’과 권투경기에 임하는 ‘복서’로 재현했다.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 하나하나가 결국은 작가와 우리 모두의 ‘인생의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결국 작품들이 작가를 닮았는가하는 처음 질문의 대답은 반반인 것이다.
프로필
김원근
개인전 (7회)
2022 청춘춘몽전 _ 연희아트힐
2019 파란만장전 _ 진선갤러리 그 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 (300여회)
2023 통영 야외조각 초대전
2023 정전 10주년 오두산 통일 전망대 초대전
2023 과천 서울대공원 야외조각 초대전
2023 시애틀아트페어, 키아프
뉴욕,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아트페어, 그 외
레지던시
2023 인도 우따라얀 국제조각 심포지엄
2018 대만 짜이 국제조각 심포지엄
중국 시안 퉁촨 로드 국제 조각 심포지엄
2016 터키 이즈미르 국제조각심포지엄
일본 오타와라 국제 아트 심포지엄
2014 스페인 알메리아 국제 대리석 조각 심포지엄
터키 이스탄불 룰레부르가즈 국제 브론즈 조각 심포지엄
가운복서 - 김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