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진 | 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나무판 위에 새겨진 한 인간의 실존적 고백이다. 조각칼로 판을 파내며, 삶이 인간에게 남기는 상흔과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린 시절의 절대적 영웅 태권V는 나에게 ‘존재의 본질’이 이미 주어진 듯 보이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IMF 시기의 혼란과 좌절 속에서 인간은 영웅으로 태어나지 않으며,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적 통찰처럼, 스스로를 새기며 자신의 의미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표 연작 〈나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태권V는 더 이상 우주의 구원자가 아니다. 그는 배달을 하고, 술에 취해 휘청이며, 실연에 울고, 어설픈 삶을 견디는 불완전한 존재다. 판 위에 글귀를 새기듯, 인간은 실패와 결핍 속에서 자기 삶의 문장을 새겨 넣는다. 완성된 본질을 부여받지 않은 채, 스스로의 본질을 창조해 나가는 존재—그것이 그의 태권V이자, 나의 자화상이다.
작품 속 태권V와 마징가의 대비는 한 개인의 성장사를 넘어, 왜곡된 역사와 세대의 기억을 환기한다. 팔만대장경을 새기던 조상들이 나라의 염원을 판 위에 새겼듯, 시조와 만화 주제가, 유행가를 함께 새겨 개인의 염원과 시대적 호흡을 결합한다.
나를 대변하는 태권V는 신화적 영웅에서 실존적 인간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곧 작가 자신이 ‘주어진 본질을 사는 존재’에서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가는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의 작업은 묻는다 — “너는 너 자신의 의미를 어떻게 새기고 있는가?”
ᅵ성태진
개인전 24회
단체전 160여회
수상
2003 한국 현대 판화가 협회 우수상
2003 단원 미술대전 특선
2003 핀란드 미니프린트 트리엔날레 본상 수상작품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네이버, 동아대학교도서관중국모촨미술관, 중국시안미술관, 런던사치갤러리, 런던대사관해남종합병원, 미즈메디병원, 주식회사 로봇태권브이 등
성태진 : 낙장불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