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원은 지난 몇 년간 캔버스의 유화 같은 보수적인 장르와 일러스트의 상업적인 장르 사이에서 배회하는 동안, 모처에서 강렬하게 느낀 자신의 순간의 감정을 일기나 에세이를 써내려 가듯 그때 그때 손에 잡힌 재료로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유럽 특유의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한 거리를 오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즉흥적이면서 솔직하게 그려낸 것이,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원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됐다.
2012년 스페이스 엄 으로부터 이탈리아 레지던시를 후원받아 유럽으로 건너간 작가는 잠자고 작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피렌체 구석구석과 이태리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다운 스타일을 찾는데 포커스를 맞췄고, 후원과 노력의 결과로 전작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견고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태리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면 ‘아 거기!’라고 단번에 알 수 있는 장소들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절제하면서 그 시간의 느낌과 감정을 화면에서 충실히 재현했다.
그의 작품을 굳이 정의하라면 ‘인상파적 사실주의(Impressionistic Realism)’로 분류하겠지만 차라리 소울 혹은R&B 음악에 비유하고 싶다. 작가 스스로 “Vita Dolce”라고 테마를 정한 것처럼 작가가 자신의 색깔을 찾아 떠났던 여정이 몹시도 달콤했고 더 나아가 그 안에 존재하는 ‘나’의 매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찬미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Pizza del Duomo - 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