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이번 선보인 작품들을 보면 보수적인 유화기법을 사용하는 듯하지만 붓 끝은 또렷하면서도 아스라한 간극을 오가며 퍼져 나가는 보랏빛 수채화가 느껴진다. 물과 기름이라는 두 이질적인 재료를 사용한 그의 작품에서는 오히려 우연성과 개연성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안정감마저 들게 한다. 선명하게 파랗거나 붉지는 않지만 그 사이를 오가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보랏빛을 선택한 작가의 의도가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작품에 존재하는 나무와 호수, 풍경들은 실재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작가가 그려오고 지나쳐 온 삶의 흔적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겹겹이 쌓여 강렬해진 보랏빛 숲과 주변을 희미하게 메운 하얀 안개에서 또 한 번 중의성을 표현한 작가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느껴지는 몽환적 판타지는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아련한 야상곡 같다.
보랏빛 날 - 이우현